잘 고른 GA, 부자들 PB 안 부럽다
[한겨레] 회사원 박아무개(42)씨는 최근 ‘독립판매회사’(GA·General Agency)의 보험 설계사를 만나 재무상담을 받았다. 보험, 펀드, 예·적금 등의 비율을 적절히 조합하라는 조언에따라 부족한 쪽은 늘리고, 넘치는 대목은 줄였다. 은행이 부자들을 상대로 제공하는 ‘피비(PB) 서비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각종 금융상품을 고객의 처지에 맞게 조합해 파는 독립판매회사(또는 비전속 판매대리점)가 성업 중이다.
2001년께 처음 생겼을 때만 해도 보험설계사 몇 명이 ‘비전속 대리점’ 형태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골라 파는 형태였으나, 지난해부터는 설계사 수백명을 거느리고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등장하고 있다. 현재 영업 중인 독립 판매회사는 에이플러스에셋, 케이에프지, 에셋마스터, 에프엔스타 등 1천여개에 이른다. 판매 전문회사를 통한 보험 상품의 판매 비중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 장·단점= 판매회사는 특정 보험사에 전속으로 속한 설계사들과 달리 보험상품을 비교하면서 고객한테 더 유리한 상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같은 변액보험이라도 여러 보험사 상품을 펼쳐놓고 골라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펀드 판매 권유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펀드 등을 적절히 조합해 팔면서 종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를 제각각 찾지 않고 한 곳에서 해결하는 ‘원 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아직 불완전 판매라는 함정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판매회사 처지에선 펀드 쪽보다 보험상품 판매에서 생기는 수수료가 훨씬 더 많아 보험 쪽에 치우친 권유가 이뤄지기 쉬운 구조다. 보험상품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보험과 같은 장기투자 상품에 쏠려 정교한 재무상담을 받기 어려워진다. 이런 탓에 일부 판매회사는 보험 불완전판매 논란을 빚은 설계사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한 달동안 판매를 정지를 시키는 등 고객 신뢰도를 높이려 시도하기도 한다.
■ 판매회사, 제대로 골라야= 아직 독립판매회사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는 전체 시장의 5% 수준에 불과하지만 편리성 때문에 성장할 가능성은 큰 편이다. 초창기인 만큼 옥석을 구분하는 금융소비자의 지혜가 요구된다.
먼저, 변액보험을 소개하면서 월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은 상품을 제시할 경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저보험료인 10만~20만원짜리를 먼저 가입한 뒤 나중에 추가 납입할 수 있는데도 일반 직장인에게 처음부터 50만원짜리 상품을 소개한다면, 판매수수료 쪽에 더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보험 상품을 권유하면서 은행의 예·적금을 빠뜨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설계사는 바람직한 사례로 꼽힌다. 예·적금 상품은 고객 처지에선 비상금 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데, 설계사한테는 판매수수료가 돌아가지 않는다.
경제교육 업체 ‘에듀머니’의 제윤경 대표는 “펀드 관련 지식을 과장되게 나열하거나 ‘주가지수가 3천 간다’는 식으로 수익률을 과장하는 설계사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실력과 규모를 갖춘 곳도 있지만 덩치만 클 뿐 변칙적인 영업을 일삼는 판매대리점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서 제도적 대응책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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